군대 화장실에서 삼양라면을 몰래 부숴 먹다가 고참에게 걸린 적이 있습니다. 결국 크게 기합을 받았죠. 지금 생각하면 라면 한 봉지 때문에 그랬나 싶지만, 그때는 그게 그렇게 먹고 싶었습니다.
제게 삼양라면은 끓여 먹는 음식이기 전에 과자처럼 부숴 먹어도 맛있는 라면이었습니다.
라면 한 봉지가 귀한 간식이던 시절
제 젊은 시절도 지금처럼 먹거리가 풍부하지는 않았습니다. 뭘 먹을지 고르는 재미보다, 손에 들어온 걸 맛있게 먹는 재미가 더 컸던 것 같아요. 삼양라면은 끓일 수 있으면 끓이고, 그럴 수 없으면 생라면으로 부숴 먹었습니다.
군대에서도 그 맛이 생각났습니다. 화장실에서 몰래 먹다 고참에게 걸려 크게 기합을 받은 일은 당시엔 웃을 일이 아니었죠. 그런데 시간이 흐르니 기합받은 기억 옆에 라면 맛도 함께 남아 있습니다. 참 이상하죠. 그렇게 혼났는데도 삼양라면을 떠올리면 그때 한 봉지가 먼저 생각납니다.
‘봉지라면’으로 먹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 시절에는 우리가 ‘봉지라면’이라고 부르며, 라면 봉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 면을 불려 먹기도 했습니다. 컵라면처럼 기다렸다 먹는 방식이었죠. 지금 따라 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때는 그렇게 먹어도 맛있었다는 제 기억입니다.
라면이라는 게 꼭 냄비에 제대로 끓여야만 맛있는 음식은 아니었습니다. 상황에 따라 먹는 방법이 달라도, 한 봉지를 뜯는 즐거움은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삼양라면을 보면 제품보다 그걸 먹던 장소와 그때의 나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삼양라면도 처음엔 낯선 음식이었다네요
이런 기억을 가진 제게는 삼양라면이 늘 익숙한 음식입니다. 그래서 탄생 이야기를 찾아보다 의외였어요. 우리나라에 처음 나왔을 때는 사람들이 라면이 무엇인지 몰라 선뜻 사지 않았다고 합니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삼양라면은 1963년 9월 15일,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으로 출시됐습니다. 당시 중량은 100g, 가격은 10원이었습니다. 삼양식품은 사람들이 낯설어하자 역과 극장 앞, 공원 등에서 직접 끓여 무료로 맛보게 했다고 설명합니다.
제가 군대에서 몰래 부숴 먹을 만큼 익숙했던 라면도, 누군가에게는 먹는 방법부터 보여줘야 했던 음식이었던 거죠. 그 차이가 묘하게 마음에 남았습니다.
한 봉지에 남아 있는 건 맛만이 아니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먹거리는 정말 많아졌습니다. 이제 라면 한 봉지는 언제든 살 수 있죠. 그래도 제게 삼양라면은 흔한 음식으로만 남아 있지 않습니다.
생라면을 부숴 먹던 맛, 뜨거운 물에 불려 먹던 기억, 그리고 군대 화장실에서 몰래 먹다 들켜 기합받았던 날까지. 라면 봉지 하나를 보면 별일 아닌 것 같던 젊은 시절이 따라 나옵니다.
아마 사람마다 마음속에 그런 음식이 하나쯤 있을 겁니다. 맛이 특별해서라기보다, 그 음식을 먹던 내가 함께 기억나는 음식 말입니다. 제게는 삼양라면이 그렇습니다.